2010년대 초반,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자 열정을 쏟았습니다. 데이터를 수집·정리·분석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데 주력했죠. 이제는 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을 포함한 AI와 머신러닝(ML)의 발전으로,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지능을 보완하거나 아예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AI 중심(AI-driven)’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기업들에게 ‘AI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과연 투자 대비 효과(ROI)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AI 보안 문제 역시 해결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죠. 베인(Bain)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의 기업이 AI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그중 약 35%만이 “어떻게 AI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AI 중심(AI-Driven) 기업이란?
AI 중심 기업은 기존 데이터 중심 전략을 발판 삼아, 한층 더 발전한 형태를 추구합니다. 데이터 중심 기업은 데이터를 잘 준비해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합니다. 이때 AI는 분석이나 예측 등의 보조적 역할을 맡죠. 하지만 AI 중심 전략은 의사결정 및 실시간 추천, 심지어 자율적 행동까지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사람은 주로 모니터링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전환됩니다.
데이터 중심 기업과 AI 중심 기업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AI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핵심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1. 역량(Capabilities)
- 데이터 중심 조직
-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소하게 훈련된 머신러닝 모델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시계열 예측(time series forecasting)이나 의사결정나무를 활용한 이상 징후 탐지 등 전통적 알고리즘을 적용합니다.
- AI 중심 조직
- LLM(대형 언어 모델) 등 고도화된 모델을 통해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모두 다루며 훨씬 다양한 업무에 대응합니다. 예컨대 고객지원 챗봇, 콘텐츠 생성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 필요에 따라 파인튜닝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데이터 유형(Data Types)
- 데이터 중심 조직
- 주로 구조화된 데이터(정제된 형태)를 다루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와 분석에 최적화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합니다.
- AI 중심 조직
- 벡터 DB 등 다차원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환경을 적극 활용합니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멀티모달 데이터를 통합해 더 풍부한 맥락과 인사이트를 생성하며, 이를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합니다.
3.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
- 데이터 중심 조직
- 데이터 보안, 접근 제어,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등에 주력합니다. 민감한 데이터를 다룰 때 권한 관리와 품질 유지 프로세스를 엄격히 적용합니다.
- AI 중심 조직
- 기존 보안·컴플라이언스에 더해, AI 윤리, 편향성 방지, 투명성 확보 등을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로 삼습니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입력 데이터와 모델에서 나오는 출력물 모두를 책임감 있게 다루어야 하며, 규제와 윤리 기준에 부합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 데이터 중심 조직
- 주로 내부 직원에게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해 의사결정을 지원합니다. 최종 소비자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이 미미할 수 있습니다.
- AI 중심 조직
- 챗봇, 추천 시스템 등 AI 기반 인터페이스로 사용자와 직접 소통합니다. 실시간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사실상 AI가 사용자 경험(UX)의 한 축이 됩니다.
5. 자동화 범위(Automation Scope)
- 데이터 중심 조직
-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알림을 보내는 등, 규칙 기반의 단순·반복 업무에 대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나 기본적인 AI 모델을 적용합니다.
- AI 중심 조직
- 지능형 에이전트(IA)를 활용해 복잡한 프로세스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합니다. 실시간 데이터에 따라 판단하고, 엔드 투 엔드(End-to-end) 프로세스 전반을 최소한의 사람 개입으로 운영할 수 있어 자동화 범위가 크게 확대됩니다.
AI 도입,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AI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기업 리더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핵심 단계입니다.
1.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하기
처음부터 대규모 AI 프로젝트를 시도하기보다는, 일단 내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규모 AI 툴을 시범 적용해 보세요. 예를 들어, 고객 문의 자동응답이나 간단한 데이터 입력 업무 자동화 등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빠른 속도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공략하면, 조직 전체가 AI 도입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큰 판을 벌이기 전,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도구 남용(Over-Tooling)을 피하기
AI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델 학습 전후를 지원하는 각종 툴이 넘쳐납니다. 데이터 라벨링부터 MLOps 플랫폼, 모델 배포·평가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다양한 솔루션이 있죠. 그러나 AI 초보 단계에서는, 이미 학습된 모델(Pre-trained Model)이나 간단한 API 등 ‘가벼운’ 도구들로 출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너무 빨리 복잡한 MLOps 플랫폼으로 뛰어들면, 오히려 시행착오와 혼란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일단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활용 범위가 커질 때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가면 됩니다.
3. 이미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AI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좋은 출발점은 이미 잘 정리된 내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중심 기업일수록 이러한 ‘데이터 자산’이 이미 확보되어 있으므로, AI 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지원 이력이나 재고 관리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간단한 예측 모델을 만들거나 챗봇에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정제하려고 들면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게 들 수 있으니, 준비된 데이터부터 공략해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4. 책임감 있게 AI 사용하기
AI 툴을 도입하는 순간부터,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사용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AI 툴과 관련된 보안·규제 준수 방안은 일찍 마련해둘수록 좋습니다. 예컨대 ChatGPT 같은 모델을 사내에서 활용한다면, 해당 툴이 회사 내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혹은 외부로 유출되는 정보가 없는지 등 세심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컴플라이언스 사항을 처음부터 꼼꼼히 챙기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5. 주니어 AI 인재 육성하기
AI 분야는 새로운 모델과 기술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비싼 시니어 인력만 고집하기보다,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주니어 인재를 적극적으로 키우는 전략도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코딩 자체는 AI가 많이 도와줄 수 있으므로, 뛰어난 설계 사고력(시스템 디자인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면접 시 전통적인 코딩 테스트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솔루션 설계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면 좋습니다.
6. 부서 간 협업 태스크포스(TF) 구성하기
AI는 엔지니어링 팀만의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IT, 마케팅, 세일즈, 운영, 법무 등 모든 부서에서 대표를 모아 TF팀을 꾸려보세요. 각 부서가 AI를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면 가치를 낼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비(非)기술 부서도 AI 활용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할 수 있어야, 전사적 AI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은 길고도 복잡합니다. 기술만 발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마인드셋과 협업 문화, 책임감 있는 운영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올바른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면, 여러분의 팀은 AI라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해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고, AI 과대광고(‘AI hype’)로부터 오는 여러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